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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기] 고마운(좋아하는) 친구들에게 연말 편지 보낸 후기
    후기 2021. 1. 10. 01:30

     

    2020년에 고마운(좋아하는) 친구 7명에게 손편지를 써서 우편으로 보냈다. 7명의 친구들 중에는 자주 만나는 친구도 있었지만, 1년에 한 번 본, 그것도 지나가다 우연히 본 친구도 있었다. 대체로 친한 친구도 있었지만, 아직 친하지 않은 친구도 있었다. 친하지 않다고 생각한 친구는 그냥 내가 좋아해서 편지를 보냈다.

     

    편지를 쓴 계기

     

    편지를 쓴 이유는, 첫 번째로는 연말에 너무 심심했던 탓이고, 두 번째로는 고마웠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 내 주변을 밝혀주는 친구들이 있음에 감사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게다가 그저 있어주는 것뿐만 아니라, 나를 좋아해 주고 응원까지 해준다. 예전에는 생일 때마다 편지를 꼭 쓰려고 했는데, 이제는 바쁘다는 핑계로, 생일을 제대로 기억하고 카톡이라도 보내줄 수 있으면 다행이다. 그래서 늘 부채감 같은 것(편지로 생일을 축하해주고 싶은데 그러지 못한다)이 있었는데, 이를 만회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2020년은 코로나 때문에 행동의 제약이 많은 해였기 때문에, 다들 힘들었을지도 모르는데 잠시라도 힘이 되어주고, 응원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마지막으로는, 내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나이가 먹을수록, 마음을 표현하는 것에 부끄러워진다. 새삼스러워지고, 괜히 상대방이 부담스러워할까봐 두렵다. 하지만 나는 <미움받을 용기>를 읽고 '과제 분리'를 배웠으니 이를 극복해보고 싶었다. "아.. 우편으로 붙인다고? 집주소..? 아 그냥 다음에 만날 때 주면 안 될까?"라는 반응이 받을까 봐 두려웠다. 하지만 그러면 어때 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다행히, 이렇게 말하는 친구는 아무도 없었다. 다들 기대된다, 고맙다 라고 말해주었다.

     

     

     엽서 고르기

     

    나는 엽서 수집이라는 취미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집에 엽서가 아주 많은데, 누군가에게 편지를 쓸 때 그에게 어울리는 엽서를 고르는 것이 편지쓰기의 최고 재미이다.

     

    1. Y - 제주도 게스트하우스에서 구매한 술병이 가득한 엽서

     

     이전에 Y가 깻잎주를 타준적이 있는데, 아주 맛이 좋았다. 게다가, Y와 한참 어울릴 때, Y가 제주 여행에 다녀온 지 얼마 안 되었고, 나는 제주 여행을 가고 싶어 부릉부릉 하던 시기라서 이것저것 제주 여행, 그리고 여행 이야기(여행 스타일이 아주 달라서 이야기할 거리가 많았다)를 많이 나눴다. 이러한 기억들을 떠올리며 고른 엽서이다.

     

    2. C - 멜버른 NGV(National Gallery Victoria)에서 고흐 사진전에서 구매한 엽서

     

    흠, 정확하게 고흐 사진전인지는 기억이 안난다. 엽서를 뒤집으면 그림명과 작가도 쓰여있는데 잘 모르겠다. C는 생각이 많고 철학책을 좋아하는 친구인데, 왠지 안개 낀 바다가 이 친구와 아주 잘 어울렸다. 게다가, 이 친구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책이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인데, 자유론의 표지 하고도 묘하게 닮은 엽서이다.

     

    3. S - 샌프란시스코에서 구매한 대표 꽃 엽서

     

    샌프란시스코인가, 캘리포니아의 대표 꽃이 그려져 있는 엽서였다. S는 나의 유일한 초등학교 친구인데, 내가 느끼기에 S는 아주 밝고 활기차고 화려한 느낌이 있다. 그래서 활기찬 동네 샌프란시스코의 화려한 꽃 엽서를 골랐다.

     

    4. J - 플로리다 마이애미 국립공원에서 구매한 엽서

     

    이 엽서는 특이한 종이 재질이고 끝도 핑킹가위로 자른 듯한 마감이다. 국립공원에서 구매한 엽서라서 그 공원 그림이 그려져 있다. J는 사실 몇 번 본적이 없는 친구인데도, 좋아한다. 나는 낯을 많이 가리고 내향적이며 사람에 대해서 호기심이 별로 없는 사람인데, J와 이야기를 나눈 후 J를 굉장히 좋아하게 되었다. J는 굉장히 말을 예쁘게 한다. J에게 쓴 엽서도 굉장히 팬레터 같이 썼다. J와 등산을 함께 간 적이 있는데, 이 추억을 떠올리며 이 엽서를 골랐다.

     

    5. E - 학교 축제 때 구입한 타자기 엽서

     

    E는 글을 굉장히 깔끔하게 쓰고, 꾸준히 글을 쓴다. 그래서 E를 위해 타자기 엽서를 골랐다. 타자기 엽서를 보자마자 고민없이 골랐다.

     

    6. L - 제주도 해변 엽서

     

    L을 보면 왠지 바다가 생각난다. 그리고 저 엽서 사진의 특유의 색감이 있는데 저 색감이 L을 떠오르게 했다. 

     

    7. K - 바르셀로나 까사 바요뜨 엽서

     

    K가 나를 보면 바르셀로나가 생각난다고 말했다. 나는 밝은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K는 나를 바르셀로나처럼, 굉장히 밝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나도 왠지 K앞에만 가면 밝은 사람이 되는 것 같다. 그건 K가 굉장히 밝기 때문이다. 나는 바르셀로나 엽서가 굉장히 많은데, 까사 바뜨요의 파란색이 중심이 되는 다채로운 글라스가 파란 원피스를 입은 K의 웃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K가 실제로 파란 원피스를 입은 적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친구들의 후기

     

    요렇게 인증샷과 함께 간단히 답장을 보내준 친구들도 있었고

     

    이렇게 장문의 답장을 해준 친구들도 있다. 웃긴 건 이 둘과 있는 단톡에서 원래 장문의 카톡을 자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인스타 스토리에 인증샷을 남겨준 친구도 있다.

     

    나머지 두 친구의 편지는 아무래도 제대로 도착하지 못한 것 같다. 우리나라 우편 분실률이 이렇게 높다니,,

     

    친구들의 후기를 본 내 마음

     

    솔직히 친구들이 카톡으로 편지 잘 받았어~ 고마워~ 이 정도는 할 줄 알았다. 물론 고맙다는 말 들으려고 보낸 편지는 아니다. 그런데 막상 고맙다, 힘이 되었다 라는 말을 들으니, 울컥했다. 고맙다는 말을 듣는 것이 이렇게 벅차오르는 일인지 몰랐다. 나도 2021년을 응원받은 기분이 들어서 좋았다. <Give and Take>에서 '친구들에게 편지쓰기'가 왜 Give 행위인지 몰랐는데, 알게 되었다. 타자공헌이란 정말 별 것 아닌 것으로도 실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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