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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결정이다 : 러브 팩추얼리 - 로라 무차서평 2020. 3. 15. 20:25
러브 팩추얼리는 인터뷰와 연구를 통해 사랑에 대한 의문들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책이다. 이 책은 불륜, 욕정, 애착 이론, 이상형, 사랑의 시작, 고립감, 운명, 헌신, 외도, 갈등, 학대, 이별, 사별까지 매우 광범위한 주제를 다룬다. 평소 궁금하던 주제도 있었고, 전혀 생각해보지 못한 주제도 있었다.
그리 길지 않은 삶, 그리 많지 않은 연애 경험을 가지고 있지만, 과거의 인연들과 나의 관계와 행동을 이해해보고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이 책은 로맨틱한 관계를 중점으로 다루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연인 사이에만 적용해볼 만한 이야기들은 아니다. 어쨌든 로맨틱한 관계도 '관계'이기 때문에, 친구 관계도, 가족 관계도 심지어 나 스스로와의 관계도 돌아볼 수 있었다.
3장 열 추적 미사일, 회피형 애착 유형을 가지고 있는 나
애착 이론에 따르면, 안정형, 불안형, 회피형, 미해결형 총 4가지의 애착 유형이 있다고 한다. 이 중 나는 (안정형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회피형이다. 회피형은 사람들에게 거부당하는 상황을 겪지 않기 위해 아예 애착 시스템을 작동시키지 않는 타입이다. 회피형의 간략한 특징은 다음과 같다.- 관계를 중시하지 않는다 (X)
- 독립을 이상으로 삼는다 (O)
- 부정적인 감정을 억압한다 (O)
- 용서를 잘 못하거나 까다롭다 (X)
- 파트너에게 자꾸 부정적인 면을 찾아낸다 (O)
- 함께할 수 없는 사람들을 이상화한다 (O)
- 차분하고 침착해보인다 (O)
- 하지만 실제로는 안전한 관계를 갈망한다 (O)
나는 8개 중에 6개나 해당된다. 책에서는 어린 시절 부모와의 관계에 대한 영향을 언급한다. (나는 이런 식으로 보호자 탓을 하는 걸 정말 싫어하지만 굳이 찾아보자면) 어렸을 때, 아빠는 내가 좋아하는 것에 별로 관심 없었고, 뭘 물어보면, (그는 경상도 사람이고 화내는 건 아니다) "쓸~데없는 소리", "쥐방울만 한 게,, 크면 다 알게 돼!", "대가리만 굵어가지고 에잇!", "별 희한한 말을 한다 니는" 등의 반응을 자주 했다. 그리고 엄마는 나한테 대체로 잘해주셨는데, 약간 기분파여서 반응의 일관성이 떨어졌다.
비록 애착 이론이라는 것은 몰랐지만, 어렴풋이 내가 회피형이고 그 특징을 알고 있는 것, 그리고 그것을 인정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노력한다는 것에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더하여, 토론에서 한 친구는, 고맙게도, 독립을 추구하는 회피형인 나를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가진 사람, 스스로 문제를 충분히 다뤄보고 싶은 이상이 있기 때문에 타인에게 도움 요청을 최소화 하는 사람이라는 시각으로 봐주었다.
6장 사랑을 찾는 사람들(또는 찾지 않는 사람들), 고립감에 대해서
이 책에서는 심리학자 어빈 얄롬의 말을 빌려, 사람들은 고립감을 피하기 위해 도구나 장비처럼 다른 사람들을 이용한다고 했다. 그리고 고립감을 인정하고 직시한 후, 이를 사람들과 공유해 고통을 사랑으로 상쇄하라고 했다.
나는 고립감 때문에 사람들을 이용하는 것과 고립감을 인정하고 사람들을 사랑하는 것의 가장 큰 차이는 '감정에 대한 책임감'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과거에 나는 상대에게 감정적으로 의존적으로 굴고, 상대가 내 감정을 해소해주기를 바랐다. 친구든 가족이든 고민과 발전방향을 터놓기보다는, 푸념과 한탄, 그냥 한마디로 징징거렸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게 하고도, 마음이 나아지지 않으면 상대방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다른 상대를 찾았다. 고립감은 스스로의 문제라는 것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상대를 이용해왔다고 생각한다. 특히 이러한 행동은 연인에게 가장 심했다.
작년에 취업하면서 타지로 이사하고 자취를 시작하면서, 참을 수 없는 외로움과 고독감을 겪었는데, 이 시기를 지나니 스스로의 고독감을 인정하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이용'이 아닌 '사랑' 쪽에 더 가깝게 되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한 번쯤은 지독하게 다크한 시간들을 혼자서 견뎌내야 비로소 고립감을 인정하게 되고 타인을 사랑하게 되는 것 같다. 이 책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앞으로 관계에서 고독감 또는 두려움 때문에 하는 선택이 아니라, '의식적이고 긍정적이며 사려 깊은 선택'을 하고 싶다.
7장 과도한 기대"그러니까 여성들은 디즈니 영화 환상 같은 걸 기대하며 관계를 맺게 되고, 남성들은 소위 '스리섬' 같은 걸 기대하며 관계를 맺게 되는 셈이니... 그러니 서로 맞을 리가 없죠. 정상적인 관계가 어려운 거게요." (P.209)
어릴 때, 로맨스 드라마와 인소를 즐겨 보았다. 그래서 고등학생 쯤이 되면 키가 크고 잘생기고 까칠한 훈남이 나에게 다가오고, 후에 이런 저런 사건을 겪으면서 사랑에 빠지게 되는 줄 알았다. 까칠함은 어느새 사라지고, 나만 바라보고 말하지 않아도 세심하게 나를 챙겨주며, 이벤트까지 척척해주는 알았다.
현실에서 만난 사람들은 일단 외모는 그렇다치더라도, 세심함은 찾아보기 어려웠으며, 세심함이 필요한 특정 행동을 요구했을 때 기억하고 들어주면 고마운 정도였다. 그리고 그들은 대체로 틈만 보이면 스킨십을 하고 싶어 했는데(10대 후반 ~ 20대 초반이라는 그들의 나이 때문일 수도 있다), 이것이 그들만의 과도한 기대였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게 되었다.
더하여 이러한 기대들은 로맨틱한 관계에 있어서 나를 수동적이고 소극적으로 만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음에 드는 친구가 있어도, '저 친구는 왜 나한테 먼저 다가오지 않지?' 이렇게 생각할 뿐, 내가 다가갈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관계가 시작된 후에도, '그는 왜 이런 행동을 해서 나를 서운하게 하지?' 하며 실망할 뿐, 더 관계를 개선시키려는 노력에는 소극적이었던 것 같다.
8장 좋든 싫든,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결정이다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결정이며..." (p.239)
"그(에리히 프롬)는 '사랑에 빠지는 것'은 아주 일시적인 상태이고 '사랑을 유지하는 것'은 결정이라면서, 이 둘을 분명히 구별했다. 그러니까 우리는 사랑에 빠지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사랑을 유지하기로 선택하는 것이라고 본 것."(p222)
"인간은 원래 불완전하고, 관계는 결함 많은 사람들 사이에 맺어지는 일이다."
사랑은 '결정'이라고 말하고 있는 부분이 매우 인상깊었다. 이 사람은 내가 헌신할 만큼의 가치가 있는 사람인지,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으면 "좋든 싫든" 헌신해야 한다. 더하여, 가치가 없어지면 이를 철회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상대가 헌신할 만한 사람인지 제대로 된 결정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살면서 한 번도 그런 식의 결정을 해본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과도한 기대로 시작한 관계는, 짧은 기간 동안 욕정과 약간의 '개인적 헌신'으로 채워지기도, 실망하기도 했고, 그런 시간들이 지난 후에는 어떠한 결정 없이 '실제적 헌신' 때문에 상대와 관계를 유지해왔다. 관계를 지속하며 생기는 손실보다 이별 후에 얻을 손실이 더 크다고 판단해서, 만나면서 생기는 손실이 더 커질 때까지 의미 없는 시간만 보내다가 이별하게 되었다.
내가 완벽한 사람이 아닌 것 처럼, 상대방도 그저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그래서 관계란, 내가 누구를 만나느냐 보다도, 내가 선택한 그 사람과 어떻게 쌓아갈 것이냐가 더 큰 영향력을 갖는다는 것을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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