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평] 다시 꾸는 내 집 마련의 꿈 : 어디서 살 것인가 - 유현준서평 2020. 8. 22. 21:51
입사 후 내 목표는 '내 집 마련'이었다. 5년 안에 1억을 모으고, 경기도 지역에 청약 당첨 후,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서 새 아파트를 구매하고 싶었다. '어디서 살 것인가?'는 내게 '아파트에 살 거지?'라는 객관식 질문이었다. 아파트 말고는 어떤 선택지가 있는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책을 읽는 동안 제목이 왜 '어디서 살 것인가'인지 궁금했다. 그 의문에 대한 힌트를 저자는 맺는 글에서 언급했다.
"어디서 살 것인가?" 이 책의 제목은 질문형이다. 흔히 우리는 '어디서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이사 갈 집을 고르는 정도로만 받아들인다. '어느 동네로 이사 가고, 어느 아파트 단지에서 몇 평짜리에 살 수 있나'로만 생각한다. ...
어디서 살 것인가? 이 문제는 객관식이 아니다. 서술형 답을 써야 하는 문제다. 그리고 정해진 정답도 없다. ... 다만 우리가 스스로 '이 공간은 우리를 더 행복하게 만드는가?' 자문해 보는 과정이 있을 뿐이다.
(을유문화사 | 유현준 | 어디서 살 것인가 | P.372)
책을 읽고, '어디서 살 것인가'라는 문제가 '객관식 문제'가 아니라 '서술형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실 아직 서술형까지는 자신 없고, 전에는 yes or no 문제(사실은 yes or yes의 문제)였다면, 지금은 오지선다 정도의 문제로 다가온다.
북리더 활동으로 '공간 선택 시 우선순위로 생각하는 가치'를 적어봤다. 나는 여전히 내 예산 내에, 주변에 가까운 역이 몇 분거리고, 몇 평이고, 방이 몇 개인지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그리고 어린왕자의 유명한 구절이 생각났다.만일 어른들에게, "창턱에는 제라늄 화분이 있고, 지붕에는 비둘기가 있는 분홍빛의 벽돌집을 보았어요" 라고 말하면 그들은 그 집이 어떤 집인지 상상하지 못한다.
그들에게는, "십만 프랑짜리 집을 보았어요" 라고 말해야만 한다.
그러면 그들은, "그럼 정말 좋은 집이구나!" 하고 소리치는 것이다.
(소담출판사 | 생텍쥐페리 | 어린왕자 | P.27)
나는 어느새 그 '어른들'이 되어버렸다. 순수함은 사라지고 자본주의 사회에 완벽히 적응했다. 그래서 일부로 어른들 같은 수치 조건은 지양하고 다른 우선순위를 생각해보았다. 가까운 거리에 공원과 산이 있는 공간, 큰 창문이 있고 햇빛이 잘 드는 공간, 번화가와 떨어져 소음이 적은 공간 정도가 떠올랐다.
책을 덮고 나서도 어떤 공간이 나를 더 행복하게 하는지 구체적으로 잘 모르겠다. 아마 살아오면서, 공간이란 내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주어지는 것이라고 받아들였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는 전과는 다른 관점으로, 내가 행복한 공간의 조건을 적극적으로 수집하고 찾아가야겠다.최근 알게된 내가 살고 싶은 공간은 주변에 꽃이 있는 공간이다. 며칠 전 동네에서 걷는 길에 능소화 꽃을 발견했다. 이 동네에서 15년 넘게 살면서 늘 걸어 다니던 길인데, 왠지 처음 보는 듯한 꽃이었다. 배경이 되는, 파란 지붕의 벽돌집 빌라, 민트색 빌라, 전봇대와 아파트 담벼락과도 정말 잘 어울렸다. 내가 사는 도시에 주변 환경과 조화로운 꽃이 있으면 좋겠다.
내가 행복한 공간의 조건을 안다고 해서, 내가 사는 곳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차라리, 돈을 더 버는 편이 내 공간을 바꾸는데 영향력이 클 것이다. 그렇지만, 작은 영향력은 행사할 수 있다. 재작년에 아파트 단지의 벚꽃 나무들이 뽑히거나 베어졌다. 주차할 공간이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는데, 이 안건에 대해서 매년 봄 꽃을 보고 싶은 주민으로서 반대표를 던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서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평] 나는 매처니깐 매처 완전 분석 : Give and Take (기브앤테이크) - 애덤 그랜트 (0) 2020.12.02 [서평] 존재만으로 고맙고, 내 존재만으로도 고마워할거야 : 미움받을 용기1 - 기시미 이치로, 고가 후미타케 (0) 2020.12.02 [서평] ‘먹고사니즘’ 말고, : 어떻게 살 것인가 – 유시민 (0) 2020.07.22 [서평] 내가 부유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 팩트풀니스 - 한스 로스링 (0) 2020.06.07 [서평]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결정이다 : 러브 팩추얼리 - 로라 무차 (0) 2020.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