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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먹고사니즘’ 말고, : 어떻게 살 것인가 – 유시민서평 2020. 7. 22. 20:34
유시민 작가의 ‘어떻게 살 것인가’는 삶과 죽음, 그리고 저자가 인생의 중요한 네 가지로 뽑은 놀이, 일, 사랑, 연대에 대한 에세이이다. 저자가 먼저 질문을 던지고, 대답하고, ‘너는 어떻게 생각해?’ 물어보면, 나는 또 생각해보고 저자와 대화하면서 책을 읽었다. 유시민 작가는 유명하지만, 나는 그를 잘 몰라서, 그냥 ‘나보다 30-40년쯤 더 살아본 어떤 아저씨는 이렇게 생각하는구나’하는 마음으로 가볍게 읽었다.
목차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제목은 ‘쓸모 있는 사람 되기’이다. 나는 늘 쓸모 있는 사람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폐 끼치지 말고 살자.’ 이것이 내 좌우명이다. 남들에게, 사회에 폐를 끼치지 않고 살려면 ‘쓸모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착한 사람,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하지만 기본은 ‘쓸모 있는 사람’이다. 사람이 밥만 먹고살 수는 없다. 그러나 어떻게 하든 밥을 먹기는 먹어야 한다. 밥을 먹으려면 어디엔가 쓸모가 있는 기능을 가져야 한다. 분업 사회에서는 다른 방법이 없다.스스로 밥벌이를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생계를 타인의 자비심에 의존하면 존엄한 삶을 살기 어렵기 때문이다." (P.156)
나는 늘 쓸모 있는 사람이 되려고 애썼다. 심지어 스스로 밥벌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된 지금도, ‘회사에서 나는 쓸모 있는 사람일까’, ‘내가 돈 받는 만큼 일을 하고 있을까’라는 고민을 한다. 안정을 추구하는 나에게 ‘먹고사니즘’은 내 인생에서 중요한 요소이다. 일단은 꿈이든, 행복이든, 먹고 살 수 있어야 그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요즘엔 밥벌이의 기준이 자꾸만 높아진다. 수도권에 아파트도 있어야 할 것 같고, 주말마다 좋은 음식점에 가야할 것 같고, 취미도 하나 해야 할 것 같고, 휴가 때는 호캉스도 가야할 것 같다. 하고 싶다 돈 걱정 없이. 자꾸 이런 것까지 내 밥벌이고 성취해야 한다는 욕심이 든다. 이런 와중에 이 책에는 ‘이제 너의 밥벌이는 충분해! 인생에는 다른 멋진 요소들이 있고, 그것들을 네가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삶이 더 풍부해질 거야!’ 라며 인생의 다른 중요한 요소들을 소개하는 듯했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에서 삶의 다양한 요소들을 다루고 있는데, 돈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아서 아쉽다. 유시민 작가님은 돈 걱정 없이 사셨을까?)
‘쓸모’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자면, 나에게 ‘쓸모’란 ‘밥 벌이를 할 수 있는가?’를 넘어서, ‘나와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 능력과 의지가 있는가?’이다. 나와 타인이 함께하는 연대에서 적극적으로 쓸모 있는 사람으로 행동하면서, 스스로 성취감을 느끼고, 타인에게 인정을 받고, 살아가는 힘을 얻는다. 좀 더 거창하게 말하자면, 삶의 의미를 찾고 있다.
‘쓸모 있는 사람 되기’를 넘어서 내가 더 나아가고 싶은 삶은 ‘즐거운 삶’이다. 저자는 책 전반에서 즐거움을 매우 강조하고 있는 반면, ‘즐거운 일’, ‘하고 싶은 일’은 어느새 내 인생에서 조금도 고려되지 않는 요소가 되었다. 그래서 아래와 같은 문장들을 만났을 때, 조금 속상했고 고민이 많아졌다.
“그들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았다. 이것 만으로도 ‘절반’ 성공한 인생이라고 말할 수 있다.” (P28)
“일을 잘하는 사람은 놀 듯이 한다. 좋아하는 일을 잘하면 일이 놀이만큼이나 즐거울 수 있다.” (P60)
“만약 직업으로 하는 일이 즐겁지 않다면, 그것은 깨어있는 시간의 절반 이상이 행복하지 않다는 뜻이다.” (P166)
나는 사실 회사 생활이 너무너무 지루하다. 내가 첫 출근하던 날에, 엄마가 ‘즐거운 마음으로 일을 하렴’이라고 말해줬는데, 일을 즐겁게 하는 것과 즐거운 일을 하는 것은 다른 것 같다. 나는 지루한 일을 즐겁게 하려고 노력하지만, 지루할 뿐이다. 쓸모 있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 시간에서 나는 적성, 경제적 안정, 사회적 시선만을 고려해서 직업을 선택했다. 그래서 남들이 보기에 나쁘지 않으면서 그렇게 싫지 않은 일을 해서 먹고살만하게 되었다. 정말 멋진 성취지만, 아쉽다.
예전에는 ‘좋아하는 일을 잘하고, 직업으로 삼는 것’에 회의적이었다. 설사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더라도, 즐겁지 않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요즘에는 돈 버는 방법이 각지각색이라, 즐거운 일을 직업으로 삼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애청하는 스브스뉴스 문명특급의 연반인 재재와 스태프들은 일을 하면서 즐거워 보인다. 물론 게스트에 따라 약간 덜 즐거워 보이기도, 더 즐거워 보이기도 한다. 즐거운 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즐거운 일을 찾아보고, 그것으로 돈을 벌 궁리를 해야겠다. 그래서 깨어있는 시간의 절반 이상 행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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