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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존재만으로 고맙고, 내 존재만으로도 고마워할거야 : 미움받을 용기1 - 기시미 이치로, 고가 후미타케서평 2020. 12. 2. 16:37
우울감 완화를 위한 방법 중 하나로 감사일기를 쓴 적이 있다. 사실 감사일기를 쓰면 그렇게 대단한 감사를 할만한 게 없다. 엄청나게 사소한 것들이다. 가령, 오늘 햇볕이 좋았다던지, 엄마가 내가 좋아하는 반찬을 해줬다던지, 회사에서 동료가 다정하게 인사를 했다던지. 그리고 이런 일은 어제도 일어났고, 오늘도 일어났고, 왠지 내일도 일어날 것 같은, 아주 아주 흔한 일이다. 그래서 왜 이런 일로 감사해야 하는지 몰랐다.
<미움받을 용기>는 철학자와 청년의 대화를 통해, 아들러의 심리학을 풀어낸 책이다. 이 책에서 철학자는 아들러를 대신해 '행복은 공헌감이다'라고 말한다. 즉, 행복으로 가기 위해 타자에 대한 '공헌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공헌감이란, 타인을 위해 헌신한다는 느낌이다. 가령 '내가 회사의 이익을 위해 일을 하고 있고, 이것이 분명히 회사와 사회의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라는 느낌을 갖는 것이다. 이때, 청년은 그럼 타인에게 도움을 줄 수 없는 노약자나 장애인은 타자공헌을 할 수 없으므로 행복할 수 없냐고 반박한다. 철학자가 말하길, 존재 만으로도, 타자공헌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감사일기의 내용들을 다시 돌아보면, 사실 존재만으로도 타인에게(여기에서는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맞다. 태양이 존재해서 햇볕이 좋다고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반찬을 기꺼이 만들어주는 엄마의 존재가 나에게 도움이다. 다정한 한마디를 건네는 동료의 존재가 나에게 도움이다.
쓸모 이전에, 존재가 있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모든 것이 도움이고, 그래서 감사함이 맞았다.
사실 나는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성격이다. 생각해보면, 언제나 나의 가치를 존재가 아닌, 쓸모에서 찾았다. 그래서 내가 능력이 모자라서 쓸모가 없다고 느낄 때 가장 우울했다. 남들한테 쓸모있어 보이려고 언제나 애썼다. 남의 가치 역시 쓸모에서 찾았다. 크고 작은 조직에서 제 역할을 잘 못하는 사람들은 욕먹어도 마땅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타자공헌은 쓸모가 기준이 되는 것이 아니다. 그냥 존재만으로 공헌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다음 날, 친구들과 여행을 했는데, 참 마음이 편했다. 예전 같았으면, 여행에서 폐가 되지 않으려고 열심히 눈치 보고, 눈치껏 일을 도왔을 것이다. 그리고 협력하지 않는 친구에게 불만을 가졌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그냥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친구들의 존재만으로 고마웠고, 친구들도 내 존재만으로 고마워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마음가짐이 있으니, 친구들의 공헌도 더 잘 눈에 띄었다. 더 많이 공헌하지 않는 친구에 대해서도 불만을 가지기보다는, 그 친구도 애쓰고 있는 모습이 눈에 보였다. 미움받을 용기를 가진 덕분에 행복한 여행을 할 수 있었다.'서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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